1. 머리말
우리나라에 위빳사나 수행법이 전래 된 이후로 여러 가지 논쟁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화두 수행법이 붓다 당시부터 전해 내려온 유일한 수행법이며 가장 전통이 깊고 가장 훌륭하고 최단기간에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위빳사나 수행이 들어온 후로는 화두지상주의가 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화두수행자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화두우위론, 위빳사나 열등론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위빳사나를 소승의 수행법이라고 강하게 비난한다. 위빳사나 수행자들은 위빳사나는 붓다께서 가르치신 수행법이며 화두는 중국 종파불교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두 수행법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고, 두 수행법의 연결고리를 찾아 중재를 하려는 중도파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제 사마타 수행법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자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 순수 위빳사나 수행자들과 부딪힘이 일어난다. 사마타 수행을 하지 않고 바로 위빳사나 수행을 해도 된다는 순수 위빳사나 수행자들과 계⋅정⋅혜 삼학의 차제법에 따라 반드시 사마타 수행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게 된 것이다. 사마타-위빳사나 수행자들 사이에서도 사마타 수행을 어느 정도 한 후에 위빳사나로 전환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제 이런 논란과 파욱 사야도의 견해를 정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다루기 전에 초심자에게는 사마타에 대한 이해가 먼저일 것이다.
2. 사마타에 관한 용어 정리
사마타란 한 마디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사마디(삼매)를 얻는 수행법이다.
사마디라는 단어는 두 가지로 사용된다. 고요함을 뜻하기도 하고, 성취의 단계 또는 경지를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근(五根)에서의 사마디(samādhi)는 고요함을 뜻한다. 그러나 우빠짜라 사마디(upacāra samādhi)는 근접삼매, 압빠나 사마디(appanā samādhi)는 본삼매를 뜻한다. 본삼매를 더 자세히 구분하여 팔선정을 언급할 때는 자나(jhāna)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색계선은 루빠 자나(rūpa jhāna), 무색계선은 아루빠 자나(arūpa jhāna)라고 부른다.
이와 관련해서 짚고 넘어갈 것은 대승 경전에 등장하는 백천가지 삼매들이다. 예를 들어, 해인삼매, 무량의처삼매, 금강삼매, 여환삼매, 환희삼매, 수능엄삼매, 사자분신삼매, 복덕장삼매, 장엄삼매, 여래장삼매 등의 무수한 삼매들은 어떤 마음상태를 수식하는 단어이거나 이름만 삼매이지 실재하는 삼매가 아니다. 이 삼매들이 본삼매를 증득할 수 있는 진짜 삼매라면 어떻게 그 삼매에 들어가는지 수행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마타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알려면 사마타와 위빳사나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3. 사마타와 위빳사나의 차이
가. 사마타(samatha)
① 뜻 : samatha는 고요히 하다(sam)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요히 한다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지(止)로 번역했다. 한마디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사마디(samādhi, 삼매)를 얻는 수행법이다. 계⋅정⋅혜 삼학(三學)의 가운데 있는 정(定)에 해당한다.
② 수행 대상 : 사마타의 대상은 표상(nimitta)이다. 표상은 궁극적 실재가 아닌 개념(pannatti)이다. 예를 들어 아나빠나사띠(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의 표상은 빛이고, 색깔 까시나의 표상은 각각의 색깔이다. 표상이 없으면 본삼매에 들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대상으로 하는 사마타 수행도 있다. 예를 들면 붓다에 대한 명상의 대상(佛隨念)은 붓다의 공덕이다. 공덕은 보이지 않는 개념이다. 보이지 않는 개념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은 본삼매에 들 수 없고, 근접삼매까지만 가능하다.
③ 수행 방법 : ‘집중’해 들어감으로써 성취한다. 40가지 수행주제 중 하나를 정하여 삼매를 얻을 때까지 그 하나의 대상에 집중한다.
④ 수행 주제 : 대념처경에는 몸의 32부분의 혐오감 명상, 4대요소 명상, 9가지 묘지에서의 관찰(9不淨)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아비담마에서는 10가지 수념, 10가지 까시나, 10가지 부정상, 4가지 무량심, 음식에 대한 혐오, 사대요소, 4가지 무색계, 모두 40가지 수행 주제를 열거하고 있다.
⑤ 수행 결과 : 색계 4선, 즉 초선, 이선, 삼선, 사선과 무색계 4선, 즉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 선정을 얻을 수 있다. 해탈의 관점에서 보면 오장애를 극복하고 일시적인 마음의 청정인 심해탈(心解脫, ceto-vimutti))을 얻는다.
나. 위빳사나(vipassanā)
① 뜻 : vipassanā는 분리해서(vi) 보는 것(passana)으로 현상의 무상⋅고⋅무아의 특성을 통찰하는 수행법이다. 이를 중국에서는 관(觀)으로 옮겼다. 현상을 통찰하여 도(magga, 道)와 과(phala, 果)를 성취하는 수행법이다. 계⋅정⋅혜 삼학 가운데 세 번째 혜(慧)에 해당하며 지혜, 통찰지, 반야(paññā)라고 부른다.
② 수행 대상 : 위빳사나 수행의 대상은 법(dhamma)이다. 즉, 정신-물질의 궁극적 실재(paramatta)와 정신-물질이 일어난 원인이다. 순수 위빳사나에서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에 부딪치는 여섯 가지 감각 대상(六境)이 대상이 된다.
③ 수행 방법 : ‘통찰’또는 관찰함으로써 성취한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모든 정신-물질 현상, 즉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카라의 궁극적 실재를 통찰한다.
④ 수행 주제 : 순수 위빳사나 수행자들에게 특별히 정해진 주제가 없으나, 주 관찰대상에 따라 몸(身念處), 느낌(受念處), 마음(心念處), 법(法念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파욱에서는 정신, 물질, 연기 등을 순차적으로 관찰한다.
⑤ 수행 결과 :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과를 성취한다. 해탈의 관점에서 보면 영원한 해탈인 혜해탈(慧解脫, paññā- vimutti))을 얻는다.
사마타는 삼매를 얻는 수행법이고 위빳사나는 도과를 성취하는 수행법이다. 사마타 수행으로는 닙바나, 도와 과, 해탈을 성취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마타는 궁극적 실재가 아닌 개념을 대상으로 하며 현상을 통찰하는 것이 아니고 집중할 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사마타에도 8해탈(vimokkha)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이 경우에 ‘해탈’이라는 단어는 반대되는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벗어남(adhi- muccana)’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공무변처는 욕계에서 색계로 ‘벗어나기’ 때문에 해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8해탈은 어떤 단계의 성취를 말하며, 닙바나의 증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 오직 위빳사나 수행을 통해 성취한 도와 과만이 무명을 제거하고 윤회에서 벗어나는 영원한 해탈이다. 이 두 수행의 차이를 경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비구들이여, 두 가지 법은 영지의 일부이다. 무엇이 둘인가?
사마타와 위빠사나이다.
비구들이여 사마타를 닦으면 어떤 이로움이 있는가?
마음이 개발된다.
마음이 개발되면 어떤 이로움을 경험하는가?
욕망이 제거된다.
비구들이여 위빠사나를 닦으면 어떤 이로움이 있는가?
통찰지가 개발된다.
통찰지가 개발되면 어떤 이로움을 경험하는가?
무명이 제거된다.
탐욕에 오염된 마음은 해탈하지 못하고, 무명에 오염된 통찰지는 개발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탐욕이 제거되어 마음의 해탈(ceto-vimutti)이 있고, 무명이 제거되어 통찰지를 통한 해탈(paññā-vimutti)이 있다.(A2.3.10)
또 다른 경에서도 도와 과 그리고 닙바나의 성취는 선정의 결과가 아니라 위빳사나 수행의 결과라는 것을 정확히 언급하고 있다.
현상에 머무는 지혜가 먼저이고, 닙바나를 대상으로 하는 도의 지혜가 다음이다.(S12.70)
그 의미가 무엇인가?
도의 지혜는 8선정과 5신통의 결과가 아니라, 통찰지(위빳사나)의 결과이다. 오직 통찰지가 일어난 후에만 도의 지혜가 일어난다. 이 경에 따르면 모든 통찰지는 현상에 머무는 지혜라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현상에 머무는 지혜란 모든 형성된 것과 조건으로 일어난 것들을 무상⋅고⋅무아라고 보는 통찰지를 의미한다. 모든 형성된 것과 조건으로 일어난 것이란 정신-물질과 그 원인이다. 정신-물질, 그 원인, 그리고 그것들의 무상⋅고⋅무아를 보는 것을 현상에 머무는 지혜라고 부른다. 그래서 현상에 머무는 지혜가 먼저 일어나야, 닙바나를 대상으로 일어난 도의 지혜가 다음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