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웨살리를 방문하시었던 어느 때, 당신께서 보이신 불가사의한 일과 명예와 위신력과 관련하여 설법하시었다.
웨살리는 심한 가뭄이 들어서 대단한 흉년을 당하게 되었다. 농작물은 모두 말라 죽어 아무것도 거두어들일 것이 없었고, 나무들도 열매를 맺지 못하여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 나갔다. 그리고 이를 뒤따라 몹쓸 병이 유행하여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병들어 죽어 갔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 시체들을 치우는 일만 해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었다.
그러고도 채 치우지 못한 시체들이 많았던 탓에 웨살리의 이곳저곳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대단했다. 이 악취는 다시 많은 잡귀들을 불러들였다. 그리하여 원한 맺힌 귀신들이 집안 가득 우글거리게 되어, 사람들은 흉년에 따르는 굶주림과, 유행병의 위험, 그리고 잡귀의 공포에 떨며 어쩔 줄을 몰랐다.
시민들은 절망과 슬픔 속에서 의지할 무엇인가를 찾아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공회당에 모여 이에 대해 토론했는데, 이 같은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서 전 국민의 이름으로 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올리는 한편, 당시의 유명한 여섯 종교의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종교 의식을 행하며 설법을 듣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제안을 흡족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 한 지혜로운 사람이 나오더니 말했다.
“지금 라자가하에는 우리나라의 마할리 왕자님이 머물고 계시오. 그리고 그곳에는 위대한 스승 고따마 붇다가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니 마할리 왕자님을 통하여 라자가하의 빔비사라 왕께 승락을 얻어 부처님을 이곳으로 모셔 오십시다. 그러면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재난과 액운은 다 사라질 것이며, 우리에게는 길이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 것이라 믿소.”
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에 동의했다. 그래서 왕실의 제사장과 바라문, 그리고 다른 왕자들로 사절단을 구성하고 라자가하에 파견하여 부처님을 모셔오게끔 했다. 사절단은 먼저 빔비사라 왕을 찾아가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자세히 설명하고 부처님을 웨살리로 모셔 가려 하니 왕께서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빔비사라 왕은 “당신들은 참으로 지혜롭소. 그러시다면 부처님께 가서 직접 허락을 얻도록 하시오.” 라고 했다.
이에 사절단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웨살리를 방문하시어, 자기들을 비참한 절망의 상태에서 구해 주십사고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잠시 생각하시고, 이번에 웨살리를 방문케 되면 많은 중생에게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시어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시었다.
부처님께서 웨살리를 방문하시기로 결정되자 마가다 국의 빔비사라 왕은 라자가하에서 갠지스 강에 이르는 도로를 반듯하게 수리하고 새로 황토흙을 깔아 길을 부드럽게 만드는 한편, 매 1요자나마다 부처님과 빅쿠 일행이 하룻밤을 쉬어 갈 수 있도록 간이 숙박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처님을 맞을 왓지 국(웨살리는 왓지 국의 수도)에서도 이 같은 준비를 하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다 끝나자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여행을 떠나시라고 권했고,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테라를 비롯한 오백 명의 아라한 빅쿠들과 함께 웨살리로 향하시었다.
라자가하에서 갠지스 강까지의 거리는 5요자나(1요자나는 약 20킬로미터), 갠지스 강을 건너는 데만 뱃길로 1요자나, 그리고 갠지스 강에서 웨살리까지는 3요자나의 거리였다. 부처님 일행의 호위는 빔비사라 왕이 직접 지휘하는 왕실의 군대가 맡았는데, 부처님과 빅쿠 일행에게는 각각 일산과 수레가 따라서 행렬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하여 일행은 닷새째 되는 날 갠지스 강변에 도착했는데, 빔비사라 왕은 왓지 국의 왕자들에게 부처님께서 도착하였음을 통보했다. 그러자 웨살리 쪽에서도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을 보내드리는 것보다 더 장엄하고 정중하게 부처님을 맞았다.
이윽고 부처님께서 릭차위 왕실에서 특별히 준비한 배에 오르시자 빔비사라 왕은 강물 속에 들어가 물이 그의 목에 차오를 때까지 배를 밀며 부처님의 뱃길이 무사하도록 기원하며 전송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 갠지스 강의 긴 뱃길 여행을 끝내시고 웨살리 쪽 강가에 도착하시었을 때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한 억수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다. 그리하여 그동안 가뭄으로 인해 쌓였던 먼지가 씻겨진 것은 물론, 말라 있었던 풀과 나무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치우지 못하고 있던 시신과 많은 오물들이 전부 갠지스 강물로 쓸려 들어갔다.
갠지스 강가에서 웨살리 성까지는 3요자나로서 매일 1요자나를 가시는 부처님의 여행으로 3일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갠지스 강에서 출발하여 웨살리에 도착하실 때까지 3일 동안 비가 계속 내려서 웨살리 성뿐만 아니라 왓지 국 전체가 싱그럽고 밝게 되살아나게 되었다.
그러자 왓지 국의 국민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에 크게 감탄하여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부처님께 예배 공경을 올리는 것이었다.
부처님 일행은 마침내 웨살리 성에 도착하시어 특별히 마련된 곳에 머무시었다. 이때 삭까 천왕이 그의 권속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뵙기 위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그러자 온갖 잡귀들이 그를 피해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그 까닭은 삭까 천왕이 부처님을 뵙기 위해 내려오면서 잡귀를 물리치는데 위력 있는 야차들과 동행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부처님께서는 곧 아난다의 빅쿠 일행에게 라따나숫따를 설법하시고, 아난다로 하여금 각 성문을 돌면서 이 경을 외고 성수를 뿌리게끔 이르시었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이 보배경, 라따나 숫따는 모든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며 삼보의 위신력을 나타나게 하는 경이었다.
빅쿠 아라한들이 이 경을 일념으로 독송하자 괴질을 앓거나 유행병에 걸린 사람들은 심신이 상쾌해지면서 병이 깨끗이 낫게 되었고, 그들은 아난다 테라를 따라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한번 경을 독송하시면서 이레 동안 이 경을 가르치시고, 아라한 빅쿠들로 하여금 경을 계속 독송케 하시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날에는 웨살리 도시 전체가 모든 면에서 예전과 같은 정상적인 도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업에 전념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불안과 근심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릭차위 왕자와 웨살리 백성들은 부처님과 빅쿠 일행에게 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 한편 부처님께서 웨살리에 머무시는 동안 백성들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다투어 공양을 올리며 여러 가지 법문을 들어 큰 이익을 얻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만일 작은 행복을 포기한다면
위대한 행복을 얻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작은 행복을 포기하고
위대한 행복[닙바나]의 결과를 바라본다.
법구경 게송 290, 거해스님 편역,
*불교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파다> 2장에도 말씀되어 있습니다.
(법정스님 번역 p8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