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의 성격
선의 몇 가지 수행 방식에서 가장 독특한 것 가운데 하나가 공안을 통한 선 수행이다.
공안 수행은 불교가 중국적으로 전개된 대표적인 사례로서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선 수행에서 그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다.
널리 보면 많은 수행 방법 가운데 하나이지만 선종 내에서의 공안 수행의 위상은 단연 압도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행되고 있는 선법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 전개되었고, 구미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 이와 같은 공안이 지니고 있는 그 성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공안선 수행에 한 걸음 다가가 보기로 한다.
공안이란 직접 선에 참여하여 깨친 사람들이 그 깨침의 경지를 표현해 놓은 말과 행위를 가리켜 일컫는 말이다.
그 말과 행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는 의지가 없었던 사람도 있는가 하면, 특히 남을 위하여 깨친 심경을 보여 주려고 하여 말하거나 행동한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 말과 행위는 완전히 깨침의 경지를 표현하고 있어서 아직 깨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이해할 수 없지만 이미 깨친 사람들에게는 곧 가장 상식적이고 정당한 것이 된다.
간단한 말과 행위이면서도 이처럼 깨친 사람과 깨치지 못한 사람에 대한 경계의 차이를 나누는 표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공안이 지니고 있는 특질 가운데 하나이다.
공안의 이와 같은 특질을 깨치지 못한 자라면 전혀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바로 이처럼 깨치지 못한 자로 하여금 그가 지니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의식하게끔 한다.
그 결과는 왜 이러한 말과 행위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인생과 우주는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등의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원래 인간에게는 신기한 사물을 접할 경우 그것에 타당한 해석을 부여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질이 있다.
하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안에 대하여 그 해결을 모색하고 안정된 세계를 동경하는 종교적 요구가 작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공안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특이한 성질은 대단히 매력적인 힘으로 그러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