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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를 확인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대가 바로 참나이기 때문이
다.
그것은 마치 눈이 눈을 볼 수 없는 것과도 같다.
그대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참나를 떠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24시간 참나 속에 있다.
그런데 왜 참나를 확인하기가 힘든 것일까?
의식에는 통상적으로 깊은 잠, 꿈, 그리고 이른바 ‘생시(生時)’라고 부르는 깨어있는 상태, 이렇게 세
가지 의식 상태가 있다.
깊은 잠은 무의식 상태이고 꿈은 반의식 상태, 그리고 생시는 일상적인 의식상태이다. 그러나 참나,
즉 순수의식은 이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초의식 상태이다. 라마라 마하리시는 이를 네 번째 의식이
라는 의미에서 ‘투리야’라고 불렀다.
참나는 세 가지 의식 상태의 밑바탕이 되면서도 이들을 초월해 있다. 따라서 일상적인 세 가지 의식
상태에서 참나를 포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등 하나의 의식 상태에서 다른 의
식 상태로 바뀔 때, 아주 짧은 순간에 참나를 확인할 수가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의식은 돌아왔으나 아직 어떤 기억도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서 자신
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의식만은 뚜렷한 짧은 순간이 있다. 이 때가 바로 그대가 참나를 일별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대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마찬가지로 생시 상태에서 참나를 일별하는 방법도 있다.
그대가 의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생각, 감정, 다섯 가지 감각들과 동일시 하지 않을 때, 자신이 누구
인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존재할 때, 그대는 텅 비어 있으면서 뚜렷한 의식의 각성 속
에 있을 수 있다. 이때가 바로 삼매요 참나에 머무는 순간이다.
禪家에서는 참나의 특성을 ‘공적영지(空寂靈知)’라고 일컬어왔다.
‘텅 비고 고요하면서도 신령스러운 앎’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참나, 마음 바탕은 원래부터 이러하다.
그러나 그 위에 생각과 감정, 다섯 가지 감각들이 쉴 새 없이 교차하며 지나가면서 그것들에 가려
져 그대는 텅 비고 고요한 마음 바탕이 그대의 본성이자 참나임을 알지 못한다.
깨달음의 체험이란 신비하거나 별다른 것이 아니다.
의식의 초점이 일상적인 세 가지 의식 상태에서 초의식인 순수의식으로 옮겨가는 체험이다. 따라서
그것은 언어로 묘사하기도 힘들고 개념적인 이해를 넘어서 있다. 언어와 개념은 일상적인 세 가지 의
식 영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을 넘어서는 초의식은 묘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신이 원래부터 참나였음을 확인하는 체험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자기가 자
기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한번 참나를 제대로 확인하게 되면 의식의 초점이 참나를 자각하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
나게 된다. 내면에는 24시간 고요하고 텅 빈 의식의 각성 상태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때부터
는 더 이상 자신이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라 그것들을 지켜보는 각성된 의식임을 분명히 자각하게 된
다. 이 자각이 그대를 번뇌로부터 해탈로 인도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참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화두니 무문관이니, 면벽수행이니 장좌불와니 하는 것들은 모두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편들이다. 공연
히 몸만 수고롭게 하지 얻는 것이 별로 없다.
일상생활 중에서 어떤 순간이라도 좋으니 홀로 있는 시간이 날 때 이렇게 해보라.
눈을 감고 우선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들을 고요히 지켜보라.
때로는 수많은 생각들과 느낌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를 것이다.
일단 그것들을 동일시나 감정이입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하라.
그 다음은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라고 자신을 납득시켜라.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이름도 모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모르는 상태로 있어라.
그대가 오직 모르는 상태로 있을 때, 신기하게도 생각과 감정은 가라앉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과
감정은 그대가 자신을 다른 ‘무엇’과 동일시 할 때만 그것과 관련해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모르는 상
태에서는 동일시가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생각은 자연스럽게 맥을 추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 내면에는 텅 빈 고요함이 자리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의식의 각성은 뚜렷할 것이다. 어떤 꼬리표도, 라벨도 붙지 않은 텅 비고 고요한 의
식의 각성이 참나이다. 이 상태가 계속 내면에서 흐르는 것이 삼매이다.
삼매가 깊어지면 해탈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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