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전 번역…주석 2023개 단 역작
『법구경-담마파다』전재성 역 / 한국빠알리성전협회
기사등록일 [2008년 11월 17일 13:22 월요일]
『법구경(Dhamma pada)』은 부처님이 전 생애에 걸쳐 설법한 내용
중 핵심적인 가르침을 423개의 시로 구성한 것으로 팔만대장경 가운
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이다. 100여 종의 영역, 10여
종의 독역, 10여 종의 일역을 비롯해 라틴어 등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우리나라도 법정 스님, 서경수 교수, 거해 스님 등이 번역
한 10여 종의 『법구경』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법구경』이 국경을 초월해 널리 읽히는 것은 ‘가르침의 조
각들’ ‘진리의 말씀’이란 ‘담마파다’의 뜻처럼 짧게 서술된 시들의 의
미가 광대한 부처님 가르침과 그물코처럼 연결돼 있어 팔만대장경의
입문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불자가 아닌 일반사람에게도 삶의 깊은
이치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죄악을 짓지 않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성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깨달은 님의 가르침이다.’라는
『법구경』 구절은 당나라 때 도림선사가 백거이에게 불교 가르침의
대의를 설명했던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
(自淨基意) 시제불교(是諸佛敎)’의 원형이기도 하다. 또 불교의 인권
이나 비폭력사상을 얘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어느 누구나 폭력을
무서워한다. 모든 존재들에게 죽음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 속에서
너 자신을 인식하라. 괴롭히지도 말고 죽이지도 말라.’는 구절도 여기
에서 나온다. 『법구경』이 삼법인이나 사성제의 원형적 가르침과 불
교윤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탁월한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법구경』의 국내 번역은 일본 나카무라 하지메의 일
역이나 인도 라다크리슈난의 영역을 다시 옮긴 것이 대부분인 데다가
주석이 없어 본래 경전의 진의를 알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빠알리 원전을 번역한
『법구경-담마파다』(양장본 856쪽)가 출간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
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한국대표인 전재성〈사진〉 박사에 의해 번
역된 『법구경-담마파다』는 5세 중엽 인도출신의 스리랑카 대학승
붓다고사가 주석한 『법구경』 주석서로 빠알리대장경에 편입된
『법구의석』을 중심으로 스리랑카 사원에서 전승돼 온 문헌적 주해
를 보충해 무려 2023개의 주석을 단 역작이다. 여기에다 철학적 주석
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연담까지 포함해 출간한 세계 최초의 『법구
경』으로, 200자 원고지 5600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또 이번 주석에는 서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막스 뮐러의 영역본
(1870년)을 싣되, 그 가운데 번역상 문제가 있는 몇몇 시를 역자가 교
정함으로써 해외포교나 국내 청소년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
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번역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
온 영어, 독일어, 일어판본의 근현대어역을 참고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 번역의 문제점도 해제에서 꼼꼼히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빠알
리본과 유사한 한역 『법구경』의 원문을 싣고 그 한역 대장경의 출
처까지 밝혀 놓음으로써 전통교학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한 점도 돋보
인다.
전재성 박사는 “『법구경』은 불교라는 종교적인 테두리를 넘어선
인류의 위대한 영혼의 양식이자 세계의 고전”이라며 “『법구경』이
무지의 어둠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비추어주는 횃불처럼, 또 태
풍이 몰아치는 삶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섬처럼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50,000원.
02)2631-1381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974호 [2008년 11월 17일 13:22]
